20대를 대표했던 X세대. 그중 하나였던 나, 어느 날 중년이 되었다.
아직도 매일 놀고 싶고, 매일 여행하고 싶고, 매일 맛난 음식에 술 한잔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영혼을 가졌고, 예쁜 옷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도 조금 남아있다.
멜빵바지를 입고 , 앞머리에 스프레이를 가득 바르고, 찐한 화장을 하고 다니며 그게 이쁜지 알았는데 지금 보니 참 촌스럽다.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고 걱정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.
그때는 뭔가 가슴속에 불타는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했던 것 같다.
20대 초반 취업을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기억,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으로 직장에서 일하던 기억, 30대 결혼 전 혼자 틈틈이 전 세계를 여행하던 추억은 이제 남의 기억처럼 생생하지가 않다.
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 금방 40대가 될지 알았으면 그리고 걱정했던 것보다 내가 좀더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, 그때 좀 더 많은 경험을 위해 미친 듯이 놀걸 그랬나 보다.
몇 해 전 20십 년 만에 대학 동아리 동기모임을 했다. 목소리와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20대인데 모임 후 함께 찍은 사진 속에 웬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있다. 내 얼굴은 매일 보니 얼마나 나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어릴 쩍 옆집 아줌마의 얼굴이다. 그리고 친구의 얼굴을 보고 다시 나의 얼굴을 보니 나도 40대 중년이다. 혹시나 해서 옆모습 뒷모습 앞모습을 다시 거울로 봐도 영락없는 중년의 아줌마이다.
"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, 사랑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" 라는 노래 가사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20대에서 이제 너무나 공감하는 지금의 나는 중년이 된 X세대이다. 지금은 누가 날 좋아하는지 누구와 잘 통하는지를 금방 알아차리는 감정을 읽는 고수이기도 하다.
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, 그때나 지금이나 해야할 일이 많고 풀지 못한 일들도 많지만, 지금 이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최선을 다해 행복하려고 노력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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